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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를 둘러싼 미중 패권 갈등
2019-02-09 오후 8:45:19 박선철 기자 mail scottie_park@naver.com

    미국이 우방국들에 대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게 독려하고 있는 거운데, 일부에서는 이것이 큰틀에서 미중 무역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려는 미국측의 '협상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에서 부터, 중국의 제조업 굴기를 애초부터 막으려는 분석등 여러 설이 난무한 가운데 화웨이 문제가 미중간의 새로운 갈등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화웨이 본사 = 홈페이지 사진 캡쳐



    CNN과 로이터 통신은 지난 7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국의 무선통신망에 화웨이, ZTE 같은 중국 5G 통신장비를 사용 못하게 하는 행정명령을 다음주 중 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25∼28일 나흘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9'를 앞둔 시점에 행정명령을 발표하는 방안을 계획 중인 것으로 보인다. MWC는 세계 최대 규모의 무선통신 산업 박람회라는 점에서 이번 행정명령의 충분한 동기로 작용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고든 손들랜드 EU 주재 미국 대사는 유럽의 동맹국들을 향해 "맹목적으로 중국의 기술을 받아들이려고 밀어붙인다면 우리(미국)를 상대할 때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고 겁을 줬다.

    세계 각국은 차세대 통신기술인 5G를 도입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화웨이, ZTE 등 중국 기업들은 5G 네트워크 공급자로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매우 낮은 가격을 제시해가며 총력을 쏟고 있다.

    중국 통신장비 배제 움직임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이번 행정명령이 시행되면 중국 업체들에게 큰 압박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MWC에 최소 20명으로 구성된 사절단을 보낸다는 방침도 세웠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불리는 5G를 둘러싼 세계 패권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화웨이는 중국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 런정페이가 설립한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다. 미국은 런정페이가 중국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화웨이의 장비가 중국 정부의 사이버 공격 등에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동조하여 미국 우방인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이 화웨이의 5G 장비를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5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보안 문제를 이유로 '5G망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 것을 EU에 경고했다. 미국 측 담당자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집행위원회와 벨기에 정부 관리들을 '화웨이 장비의 보안 문제에 관한 심각성'을 알렸다. 이들은 "중국처럼 신뢰할 수 없는 나라의 업체와 계약을 서두르면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되는 미국의 요구에 유럽 내에서도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과 보다폰, 독일 도이체텔레콤, 그리고 프랑스 오랑주 등이 5G망 구축사업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을 중단하거나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프랑스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움직임은 북유럽에서도 포착됐다. 노르웨이 정보당국이 지난 4일 "화웨이와 중국정부가 긴밀히 연계돼 있다"는 내용의 국가 위험 평가 보고서를 발표한 데 이어, 같은 날 덴마크 코펜하겐 경찰은 화웨이 직원 2명에게 추방 명령을 내렸다.

    화웨이 설립자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의 딸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 사진=화웨이.






















    미 연방수사국(FBI)이 '기술절취' 혐의로 조사에 나섰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4일 외신에 따르면 FBI는 이날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화웨이 연구소를 급습했다. 사실상 압수수색이다. 화웨이 연구소는 미국의 아칸반도체가 개발한 인공 다이아몬드 박막기술을 훔치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초 캐나다 정부는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이란 제재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미국 뉴욕 동부지검은 전날 화웨이와 2개 관계회사, 멍 부회장 등을 대상으로 은행 사기 등 13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으며, 워싱턴주 대배심은 미 통신업체인 T모바일의 기밀절취, 사법방해 등 10개 혐의로 화웨이를 기소했다.

    멍완저우는 1993년부터 화웨이에서 근무했다. 멍완저우가 런정페이와 성(姓)이 다른 것은 아버지의 성이 아닌 어머니의 성을 따랐기 때문. 2011년 그가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부임할 때도 사내에서 두 사람이 부녀지간임을 알아차린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그가 런정페이의 딸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건 불과 6년 전인 2013년이었다. 이후 멍완저우는 '화웨이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소문에 휩싸였다.

    그런 '황제의 딸'이 지금은 '전자발찌'를 찬 신세가 됐다. 캐나다 법원은 12월11일 약 84억원의 보석금 납부와 전자발찌 착용 등을 조건으로 멍완저우에 대한 보석을 허용했다. 지난달 29일 캐나다 법원은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대한 심리를 2월6일에서 3월6일로 연기했다. 


















    화웨이는 이런 미국 및 서방국가의 배제 움직임에 대해 "억울하다"고 호소하는가 하면, "증거를 대보라"고 반박한다. "우리를 배척하는 나라에선 철수할 용의가 있다"며 체념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지난달 22일 량화 화웨이 이사회 의장은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기자들을 만나 "특정시장 혹은 소비자들이 화웨이를 피하고 금지한다면, 우리는 우리를 환영하고 협력할 수 있는 국가들로 옮겨 가서 기술 파트너십을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를 미워하는 나라에서 굳이 사업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량 의장은 또 "우리는 디지털 사회에 어떠한 위협도 주지 않는다"며 "미국은 화웨이 장비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 행위에 이용된다는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에이브러햄 류 화웨이 유럽담당 부사장은 이달 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연설을 통해 "최근 화웨이는 최근 몇몇 국가와 정치인들에 의해 끊임없이 공격받고 있다. 우리는 이런 근거 없고 무분별한 비난에 충격 받았고 어떨 땐 웃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베이징의 누군가가 5G 네트워크로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시동을 꺼 차에 탄 사람들을 죽일 수 있다고 했다"고 한 손들랜드 미 대사의 발언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이는 기술 전문가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지능까지 모욕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내달 브뤼셀에 '사이버 보안센터'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화웨이는 유럽에만 1만2000명이 넘는 직원이 있으며 70% 이상 현지인을 고용하고 있다"며 "지난해 유럽에서 화웨이가 올린 매출은 63억 달러"라고 전해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유럽 국가에 경고장을 날렸다.

    화웨이 창업주 런정페이 회장. 사진출처=글로벌타임스.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국가들의 보이콧이 실제 화웨이에게 큰 타격을 줄 수는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화웨이는 2017년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점유율 28%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2위 에릭슨(27%), 3위 노키아(23%), 4위 ZTE(13%), 그리고 5위 삼성(3%) 등 순이었다. '톱5' 내 이름을 올린 중국 기업이 2곳이다.

    차이나모바일, 소프트뱅크, 도이치뱅크 등 세계 10대 통신사 중 7곳이 이미 4G와 5G 사업 등에서 화웨이 장비를 쓰고 있다. 이미 4G 때 쓰던 통신사를 5G 때 갈아타는 경우 기존 서비스와 통신 교란을 일으킬 위험이 있어 보이콧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4G 서비스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했던 국내 LG유플러스도 5G 서비스에 화웨이 장비를 쓰고 있다.

    화웨이는 통신 장비 수출업체이면서 주요 부품 수입 업체이기도 하다.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인텔, 브로드컴, 퀄컴 등은 화웨이의 최대 부품 공급 업체로 당년도 100억 달러(한화 약 11조 3000억원) 규모의 부품을 화웨이에 공급했다. 이는 미국 정부의 화웨이 배제 조치가 자국 기업들의 이익과 상충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화웨이 보이콧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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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서울데일리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9-02-09 20:4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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