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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1) 수 많은 게이머들의 성지로 불리다 안타깝게 폐업한 어느 오락실 이야기
2019-08-23 오후 3:39:13 김연교 기자 mail gary0731@naver.com

    수 많은 게이머들의 성지로 불리다 안타깝게 폐업한 어느 오락실 이야기


    그린 게임랜드 = 김연교 기자


    국내 철권 게이머들의 성지이자 대림동에서 가장 유명한 오락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지 1년이 넘어갔다.

    당시 그린랜드의 폐업이 결정되었을 때 수 많은 철권 게이머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 때 그렇게까지 대단한 일이라며 비아냥거리겠지만 그냥 흔한 동네 오락실 하나 망한 거라면 무슨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고 울음바다가 될 일도 없고 더더욱이 대형 언론들 사이에서 기사가 날 리가 없으며, 심지어는 전 세계의 철권 게이머들이 조의를 표하지 않았을 것이다. 과연 그린 게임랜드가 얼마나 대단한 오락실이었길래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안타까워하는 것일까?


    미약한 시작

    그린 게임랜드에서 게임에 열중하는 고객들 = 김연교 기자

    사실 그린 게임랜드의 시작은 별 거 없었다. 당시 사장님은 오락실 사업이 잘 된다는 주변의 추천에 덜컥 시작한 것이었고 무엇보다 오락기계라는 게 한 번 사면 평생 안 바꿔도 되는 줄 알았을 정도로 게임에 대해서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었다. 당시 1997년도에는 IMF사태가 터지면서 그 시기부터 오락실이란 오락실은 전부 폐업되고 PC방들이 슬슬 생기는 때였고 사장님은 소위 말해 막차를 탄 것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고 본다. 하지만 사장님 역시 고집이 세서 시대가 어떻든 간에 그대로 사업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오락실 기계의 버튼이나 레버가 안된다며 항의하는 손님들을 곧 잘 무시하는 등 그 당시 흔한 오락실 주인 아저씨들 모습을 보였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문제들에 대해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당시 철권 시리즈 네 번째 넘버링 작품인 철권4’가 출시되었는데, 이 작품이 철권 시리즈 사상 첫 실패작이 되었다. 하필 전작인 철권 태그 토너먼트1’이 대박을 터트린지라 이 실패는 매우 뼈아팠다. 그러자 사장님은 사람들이 전작을 즐기다가 이번에 새로 나온 신작이 전작만큼 재미가 없어서 불만이 폭발하여 손해보는 느낌이 드는구나. 그럼 내가 한 번 손 좀 봐줘야겠다.’라고 생각하면서 해당 게임의 시스템에 손을 봤더니(체력 세팅, 시간 세팅 등) 오락실 이용자들이 크게 환호하고 이러한 변화로 인하여 외면받던 철권4’에 유저들이 슬금슬금 모이는 거 보면서 탄력을 받았고 이에 사장님은 유저들의 가장 큰 불만사항을 들어주기로 하기로 하는 큰 결심을 하게 된다.


    당시 시간 당 몇 백원 하던 PC방에 비해 한 판에 200원 하던 오락실은 너무 비쌌다. 이에 사장님은 가격을 한 판에 100원으로 낮추자 철권을 즐겨하던 유저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이러한 유명세로 인하여 서서히 팀배틀을 하는 사람들도 모이기 시작한다. 여기서 팀배틀e스포츠의 초기 모델이라고도 불리며 오락실에서 만나서 30판 선승, 50판 선승 등 대결을 펼치는 것이다. 당시 90년대 중반 PC통신 시절부터 이어져 오던 격투게임 유저들이 유지시켜오던 하나의 문화인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레버 불만이나 버튼 불만 등 오락실 주인에게 요구하는 사항이 굉장히 많으나 사람마다 취향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일일이 손을 봐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사장님은 또다시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직접 레버랑 버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무모하게 보였지만 큰 성공을 거두다

    수많은 사람들의 흔적이 남은 오락기계 = 김연교 기자

    사실 오락실마다 레버 부품은 중구난방이고 오락실에서조차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어떤 오락실은 뻑뻑하고 어떤 데는 닳고 닳아서 헐겁다는 등 다녔던 오락실에 따라서 레버 취향이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이러한 레버 취향의 최적값을 찾아내기 위해서 그리고 단골들 붙들기 위해서 그냥 막무가내로 손으로 조이고 풀고를 반복하면서, 거기다 하다하다 정밀가공까지 의뢰할 정도가 되면서 제작비만 개당 5만원씩이나 드는 이른바 그린레버를 탄생시켰다. 당시에 일반 레버가 개당 5천원도 안 하던 때니까 레버 만드는데만 수 많은 돈을 쏟아부은 것이다. 그렇다고 비싸게 제작해놓고 반응이 좋지 않으면 제작물량 싹 다 버리고 다시 만든다고 할 정도이니 현재의 최종 버전 그린레버가 탄생할 때까지 만들었다가 폐기한 횟수가 무려 1000번이나 되었다. 정말 말그대로 레버를 만드는 장인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횟수다. 이런 노력으로 인해 요구사항이 깐깐한 팀배틀 유저들이 그린 게임랜드로 몰리는 것은 시간 문제였고, 팔아달라는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하지만 사장님이 직접 만든 레버는 폐업하면서까지 단골들이 아무리 사정해도 절대 팔지 않고 싹 다 버렸다고 한다. 이유는 본인이 안 보는 곳에서 그린 레버가 사용되고 있다는 게 안심이 되질 않으며, 혹시라도 생기는 고장에 실시간으로 대응해 줄 수 없는 걸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찌보면 융통성 없으신 고집쟁이 할아버지로 보일 수도 있으나 사실 이런 외골수 장인의 성격이 그린레버를 탄생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기술과 장비로는 최고가 될 수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성지가 될 순 없었다. 사장님 부부는 젊은이들이 밥도 안 먹고 게임만 하고 있는 게 못내 안쓰러워하였고 이에 라면을 천 원에 끓여 팔기 시작하였으며 밥까지 주었다고 한다. 그 당시 분식집 물가를 감안한다면 사실 그냥 서비스 수준인 것이다. 심지어는 한 명이라도 남아있으면 문 안닫고 밤샘 영업하면서 배 곯지 말라고 부침개도 부쳐준다고 한다. 이쯤 되니 단골들이 인생 상담까지 받으러 갈 정도라고 한다. 더 대단한 것은 철권 아케이드 판이 몰락하면서 테켄 크래시등 국내 방송들, 이벤트들이 사라지니까 원정 비용을 사비로 대면서 게이머들 데리고 국제 대회까지 다녔다고 한다. 이러한 서비스 마인드로 인하여 그린 게임랜드는 철권 유저들에게 성지라 불리는 것이고 나중에 폐업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수 많은 단골들이 찾아와 사장님 붙들고 울음바다가 됐다고 할 정도라고 한다. 그린 게임랜드 사장님은 유저들 사이에서 철권인들의 아버지라 불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수 많은 해외 철권 유저들까지 트윗으로 경건하게 애도를 표할 정도이니, 일개 오락실의 폐업이 아닌 아케이드라는 산업의 임종 장면을 바라보는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이게 바로 그린 게임랜드가 지녔던 상징성이었던 것이다.


    그린 게임랜드의 임종 장면 = 김연교 기자


    그린 게임랜드가 폐업한 이유

    이유는 간단하다. 임대료가 올랐고, 기계 값이 올랐고, 손님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렇다고 건물주가 나빴다, 제작업체가 나빴다, 게이머들이 매정하다 라고 하기에는 이 시대의 물줄기가 너무 거셌다. 아무리 노력한들, 졸업식장에서 사진사 아저씨들이 사라지는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주변인들의 추천으로 덜컥 시작한 사업이었으나 자신만의 고집과 외골수 그리고 유저들 하나하나 자기 자식처럼 여기는 마인드로 인하여 철권인들의 성지가 된 대림동 그린 게임랜드. 이제 이 오락실은 전 세계 철권 유저들의 경건한 애도를 받으며 역사 속으로 퇴장하여 게이머들 가슴 속에 영원한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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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서울데일리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9-08-23 15:3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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