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우의 글로벌 산책> 달러의 힘은 미국의 실용주의 정신에서 나온다

2020-04-02 오전 5:03:35 김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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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우의 글로벌 산책 > 달러의 힘은 미국의 실용주의 정신에서 나온다

   

미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Oval Offic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호가니 책상 위에 놓인 종이 한 장을 잠시 쳐다 보았다. 그리고 참모들이 빙둘러 지켜보는 가운데 펜을 들고 잠시 생각한 후에 곧바로 서명을 마쳤다. 지난 3.27일 워싱턴 DC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서명된 서류의 가치는 22,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2,70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코로나19 긴급 소득 지원 정책은 단일 법안으로 역사상 가장 큰 돈이 뿌려지는 것으로 기록될 것이다. 시민권을 가진 모든 국민들 앞으로 1천 달러(125만원)의 수표가 발행한다.  

이런 거침없는 재정 정책을 돈을 살포한다는 의미로 헬리콥터 머니(Money)’ 또는 헬리콥터 드롭(Drop)’이라고 한다. 기존에 없던 말도, 안 써봤던 정책은 더더욱 아니다. 2001년과 2008년의 두 차례의 금융위기 직후, 미국은 국민 한 명 당 300~600달러 정도의 기본 소득 개념으로 현금을 나눠 준 적이 있었다.    

2008915, 세계 4대 투자은행 중 두 곳이 연쇄 파산 했다.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와 메릴 린치(Merrill Lynch)가 각기 파산 신청과 매각이 된 것이다. 이 메가톤급 미국 발 충격은 전 세계에 고스란히 전달 되었다. 주식 시장은 연이어 폭락했고 바로 실물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에 근무하던 필자의 주변에서도 해고된 엘리트들로 넘쳐났다. 뉴스에서는 대공황이 다시 찾아왔다고 대서특필 하였다.  

하지만 미국은 역시 가장 강력한 무기인 달러를 무차별적으로 찍어대기 시작했다. 20093월부터 시작된 이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 정책은 세 번에 걸쳐 2016년까지 무려 7년 동안이나 지속 되었다. 그리고 이 정책의 수혜자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이었다

사실 양적 완화를 한 발 더 앞서 시작한 곳은 일본이었다. 일본도 기축 통화인 엔화를 찍어대며 경제를 살리려 애썼으나 결국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였다. 일본 경제는 이미 고령화로 인해 소비를 하지 않는 비효율적인 구조적인 결함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도 다소 늦었지만 또 하나의 기축 통화인 유로화로 맞섰다. 하지만 유럽은 하나의 통합된 공동체이기 앞서 각 국의 독자적인 셈법이 작용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공동의 이익보다는 자국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인 바람에 그 효과는 반감 되었다.

이와는 달리 미국의 민간 기업들과 국민들은 제대로 달러를 공급 받았다. 미국의 기업들은 기술과 생산에 필요한 자금 조달로 재기 하였고, 월 스트리트에서는 뼈아픈 반성의 대가로 금융의 투명성을 강화한 엄격한 법과 제도를 정비 하였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구글과 애플처럼 혁신적인 정보기술 기업들이 급격히 성장하였다.  

중국 역시 양정 팽창 덕분에 그 동안 비축해 놓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국채들을 계속 사들이며 경제 체력을 튼튼히 다져 놓았다. 중국 특유의 대량 생산 능력과 내수 소비층의 급부상으로 세계의 공장을 세계의 시장으로 탈바꿈하여,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그리고 우리나라 역시 기축 통화국들의 양적 팽창 정책에서 고군분투하며 올라선 국가 중의 하나였다. 구매력들이 살아난 때를 살려 수출을 줄기차게 진행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의 발빠른 대응력은 내 손안의 인터넷으로 옮겨가는 시대를 간파한 신의 한 수 였다. 애플이 스마트 폰 시대를 열었다면 누구에게나 이 시대를 즐길 수 있게 만든 곳은 삼성이 한수 위였다. 삼성의 새로운 폰의 출시 속도는 그 어떤 기업도 감히 따라올 수 없었다.

삼성과 애플은 특허 경쟁에서도 전 세계의 30여 개국 법원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뒤엉켜 싸우기도 했다. 그 결과, 휴대폰 관련 기술들은 더욱 진화 하였고 혁신은 더 가속화 되었다. 사실 두 기업도 손해를 본 것은 아니었다. 둘은 다른 경쟁 기업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앞서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에 대해 발 빠른 대응력을 보여 준 것은 전 세계적으로 모범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재난 기본 소득의 책정도 과감하고 신속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굳이 소득 기준으로 나눌 필요가 있을까 싶다.

국민 경제 교과서가 된 맨큐의 경제학의 저자인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3.13일자 블로그에 이렇게 적었다.   

사회적인 시스템으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가리는 게 어렵다면 모든 국민에게 최대한 빨리 1000달러짜리 수표를 주는 것이 바람직한 시작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지원금은 가급적 빠르게 국민들의 주머니로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가끔 지인들에게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 지원금을 받는다면 저축을 할까? 아니면 소비를 할까?”라고 묻곤 한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대주주 자격이든 개인으로서든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세금을 낸 축에 속할 것이다. 나 역시 궁금한 부분인데 그는 아쉽게도 선택을 할 수 없다.

국민의 세금이 가장 필요한 곳에 쓰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결국 아쉽게 받지 못한 사람들의 불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이를 나눌 때 들이는 행정 비용과 시간일 것이다.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코로나19사태의 지원 정책에 관한 인터뷰에서

국민들에게 어떻게 하면 2주 내에 수표를 보낼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였다.

지금 미국인은 현금이 필요하다(Americans need cash now).”

미국 실용주의의 핵심은 늘 그래 왔듯이 비효율적인 것을 과감히 배제하고 간결한 메시지를 주는 데에서 비롯된다.

 

김재우 경영학 박사 / 글로벌 인재 육성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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